배달사업 썰

배달사업 썰 #31 상대 보험사 직원과 협상하기

살랑살랑 배달합니다 2022. 12. 25. 19:46

지난 글에서 협상의 준비물을 말씀드렸다.

"진료비 내역서"

이게 있어야 보험사 직원과 협상이 가능하다.

상대가 어떻게 나오건 간에,
내 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쓸 수 있는 협상전략은 3가지다.

1. 질문하기 2. 미루기 3. 지르기 4. 반박하기


보험사 직원의 말에는 "왜?" 라고 되물어야 한다.
아래 레퍼토리를 보고
보험사직원이 주장할만한 얘기에 미리 대답을 만들어두자.



보) 보험금 70만원 정도 드릴 수 있습니다.
나) 70만원인거죠? (질문)
보) 보험금은 입원기간 일실수익, 통원기간교통비 요렇게 구성되는데
그게 얼마고 얼마고...
과실비율이 어떻고... 그래서 이렇습니다.
나) 아.. 그래요? 제가 지금 한 사흘정도는 통원 해야겠는데
지금 말씀하신 금액은 제 생각이랑 많이 다르네요.
보험금 얘기는 그때 상황봐서 다시 얘기하시죠. (미루기)
보) 아, 네 알겠습니다.



보험금 얘기가 보험사쪽에서 먼저 나올 경우에는
즉답을 피하는 게 좋다.
목소리 듣고 만만하다 싶으면
최저금액을 부르는게 보험사의 당연한 태도다.
중요한 건, 선제시 된 금액을 아예 무시해버려야 한다.
선제시된 금액이 말도 안되는 금액이라는 뉘앙스를
풍기면서 전화를 끊자.

보험사직원은
자기가 제시한 금액이 협상의 기준선이 되기를 바란다.
70을 부르고 100에서 합의보는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
앵커링효과라고 하는데, 여기에 붙잡혀버리면
보험사 시나리오대로 흘러가게 된다.

구글에 접촉사고 대인보상 이라고 검색만 해도
"치료비 730에 합의금 200"정도 됨을 확인할 수 있다.
많이 누워있을수록 합의금이 나오는건 맞는데
질질 끄는건 서로에게 고역이니
적당한 선에서 합의를 보는게 접촉사고 보험금이다.

그러니, 조금 받힌거 치고 70만원이면 개이득이네?
라고 생각하고 ㅇㅋ, 좋아요! 이러면
협상이 아니라 호구잡히는거다.




한 이틀 지나면 다시 연락이 온다.




보) 선생님, 몸은 잘 회복중이십니까? (중략)
보험금은 그때 말씀드린 70만원으로 하실까요?
나) 저도 요 며칠 치료받으면서 알아봤는데
왜 70만원인지 이해가 안 되네요. (다시질문)
보) 선생님, 그러면 제가 그동안 회사에 얘기도 하고 해서
99만원까지 준비했는데, 99만원에 결정해주시겠어요?
저희가 100만원이 돼 버리면 회사에 결재도 받아야 하고
회사에서도 그런 규정이 있어서요.

-> 이런말 들으면 화가 나야 정상이다.
70만원 던져보고 이해안간다니까 바로 99만원으로 올린다?
그러면서 딜 하자?
100만원은 내부규정상 주기 어렵다?

이거는 거짓말이다. 100%.
그리고 들어줄 이유도 없다.
회사 내부규정이랑 내 피해액 산정이랑 무슨 상관인가?
내가 그 회사 다니는것도 아닌데?
괜히 사람 미안하게 만들어서 승낙하게 하려는 수작이다.
그러니 이번에도 미룬다.

나) 음, 99만원요? (승낙하는 척 하다가)
음, 근데 제가 승낙하면 치료는 이제 못 받는거죠?
제가 아직은 치료를 더 받아야겠어서 안되겠네요.

이 정도 미루면 보험사 직원도 자기가 제시한 금액으로는
안된다는걸 안다. 그러면 직원에 따라서 역제시를 해 올수 있다.

보) 예, 그러십시오, 선생님 근데 선생님이 생각하시는
보험금이 어느정도인지 말씀해주실수 있나요?
저희도 어느정도인지 알아야 그걸 맞춰드릴 수 있을지
판단을 할 수 있어서 그렇습니다.

질러야 할 타이밍이다.


이때 잘 생각해야한다.
지금 내가 그때의 나였다면 나는 300을 불렀을거다.
앞으로 나올 치료비 등을 얼추 계산해보니 그정도였다.
근데 그때의 나는 쫄려서 200을 불렀다.

보) 200이요? 아, 선생님, 200은 저희가 맞춰드릴수가 없습니다.
나) 네, 전 치료하면서 경과좀 볼게요. 다음에 얘기하시죠.

맞춰줄수 없다는 말에 쫄릴 필요 없다.
지금까지 보험사가 나한테 썼던
연막작전+거짓말+미안함뒤집어씌운거
기억해야 한다.
70이라는 기준선을 제시한 게 보험사 전략이라면
200, 300 부르는 게 내 전략인거다.


첫 번째 통화를 미뤘을 때 해야하는 가장 중요한 건
내 진료비내역서와 교통사고치료가능횟수를 따져서
앞으로 보험사가 병원에 지급해야 할 치료비를
산정해보고, 거기에 내가 받아야 할 +a를 더해서
일정한 금액대를 산정해놔야 한다.
나의 경우는 최소 300에서 최대 500까지도 계산해뒀는데
쫄려서 200만 불렀던거다. 쫄보


이제 준비할 건, 내가 생각하는 보험금을
산출한 내역을 캡처해두는거다.
어지간하면 좀 있어보이게 표를 만들어서 캡처해두자


마지막 통화는 이렇다.

200은 못 주고 120에 합의해달라,
나는 200은 받아야겠다,
이런 실갱이가 오갈때
내가 요 표를 카톡으로 보내고
아니, 내가 예상해보기로는 이 정도는 받아야겠는데
200 말씀드린거다, 저도 많이 양보하고 불렀다.


이렇게 나가니
보험사직원은 150을 부르더라.
나도 더 실갱이하기 싫어서 150에 ok했다.
150이면 서로가 만족할 만 했다.
(70+200)/2=135..
각자가 처음 제시한 금액의
중간쯤에서 만난거니까.

120에서 150이 된 건
내가 준비하고, 계산해봤다는 사실을 알린게 크다.
이 표를 제시함으로써 더 이사람이랑 협상하면
귀찮아질거라는 걸 직감하게 한 거라고 생각한다.
(잘못 짚었을 수도 있닼ㅋㅋㅋ)


이번 경험은 공개하기 조심스럽다.
협상이긴 하지만 결국은 돈 문제라서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판단도 많이 달라진다.
다만, 이런 일이 있을 때
나는 이런식으로 대응하고 준비했다는 걸
기록해놓고, 조금이나마 필요한 분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