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러움을 먹고, 향기를 내어 드리리 -연꽃
어설픈 위로나 값싼 동정으로 네게 웃음을 팔아 넘길수는 없다. 네가 속없이 웃는 것을 보노라면 내 속이 문드러지기 때문이다.
아프고 힘들고 고생인 지금을, 나와 당신은 무엇 때문에 살아야 하는 걸까.
당신의 웃음 핀 얼굴은 냉소와 직시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믿는다.
웃음이 피게 하는 행복의 씨앗은 찾기 쉽다.
그렇지만 당신은 행복에게까지도 말해야 한다.
웃음을 피우는 것은 '행복, 네가 아니라, 나'라고.
그러므로 좌절과 분노와 폭력에서 피폐해지지 않을 것 또한 나다.
그러면, 나는 어디있는가, 도대체.
행복한가? 그보다는, 아름다운가?
난 유신론자다.
사후세계도 믿는다. 창조론을 믿는다.
그 외에도 여럿 알게 모르게 믿는게 있을테지만, 하나만큼은 내 멋대로 믿는다.
죽어서 신 앞에 가게 된다면,
신이 내게 물을 첫 질문은
("너는 나를 믿었는가" 따위가 아니라)
"너는 어떤 아름다움이었는가?" 라는것이다.
노아 홍수 이전의 사람들은 그 신이 보기에
하도 답이 없어서
신은 노아의 가족만 남기고 모두 수장시켰다.
그리고 노아에게 이렇게 말했다.
"다시는 모든 생물을 없애지는 않겠다."
노아가 열심히 기도해서 그런건지,
배 만드느라 고생했다고 축복한건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아래 이유 중 하나로 신이 이렇게 말한 것 같다.
1. 신이 자신의 방식이 몰상식함을 인정했다
2. 아주 새로운 방식의 몰살을 준비하겠다는 협박이다
3. 너희의 후손은 앞의 놈들과 다를거라는 기대감이다
4. 너희끼리 잘 해보라는 반 포기이다
5. 내가 만들긴 했지만 내 꺼라고 안 하겠다는 약속이다
위에서 몇개를 지워보자면, 전지전능하고 앞일도 다 아시고 누구하나 빠뜨리지 않고
세심하게 살피시고 순전무결하신 그분이 몰상식하진 않으실테니 1번은 제외하고
같은 이유로 협박을 하지도 않으실테니
2번도 제외하고
당신이 직접 만든 아담의 후손들을 쓸어버린 마당에 노아의 후손에게는 거실 기대가 딱히 있겠나 싶으니 3번도 제끼고
너희끼리 잘 해보라는 건 삐친것 같으니 (신이 그럴리가 없으니) 제외하고
강인하고 온전하시고 사랑이 넘치시는 신은
너희의 방식을 존중하겠다는 약속을 하신 게 아닌가 싶다.
지금부터 하려는 얘기의 전제를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1. 믿고 안 믿고는 개인의 자유니 믿지 않으신다면 서로가 편하게 각자 가던길을 가자
2. 그래도 들어는 봐 주겠다면, "신이 있다면 왜 이렇게 난장판인데 개입을 안하냐"는 둥,
"어찌어찌 해 달라는 기도는 왜 안 들어주냐"는 둥의 말은 그만하자
3. 왜? 신은 우리를 자신의 꼭두각시로 보지 않겠다고 했으니까.
피노키오를 만들어 놓고 살아 움직이게 해 놨는데,
내 마음대로 안 움직인다고 죽여버리는 걸 안 하겠다고 했으니까.
그럼 신이 할 수 있는건 뭐가 남은걸까?
"지켜보면서, 응원하는 것"
불공평하고, 불공정하고, 불의가 득세하고, 불량이 판을 치고, 생계가 어렵고
생명이 위태하고, 무너지고, 박살나고, 힘겹고, 오갈곳 모르겠는 이 난장판에
있었는지도 모를 생명이 하는 선택을,
지켜보면서, 응원하는 것만이 남는다.
예전의 나는 궁금했다.
기회도 여건도 불평등한 세상에, 내가 태어나고 싶어서 난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힘든가.
신이 내게 무언가를 바라고 태어나게 했다면,
적어도 어느 정도는 해야 하는것 아닌가??
아니었다.
신은 내가 태어날 것은 알았겠지만, 내가 태어나도록 뭘 하지도 않았고,
심지어 내게 바라는 것도 없다. 왜냐하면 그러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신이 있다면 왜 이렇게 불행한 이들이 많은가?
신이 개입하지 않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왜 행복하지 못한가 하는 질문은 신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 해야한다.
신이 무책임해 보일수도 있겠지만,
전혀 아닐 것이다.
모든 것을 알고도 개입하지 않는것은 처절한 자기고문의 나날들일 것이다.
망나니 자식에게 희망을 놓지 않고 끝까지 사랑하는 부모의 마음일 것이다.
그럼 어떤 희망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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