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아재일기

배달아재일기 #2 매사에 최선을 다하는 방법

살랑살랑 배달합니다 2022. 3. 1.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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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 정직원으로 다녀본 적은 없다.

알바는 서너 종류 해봤고 시험포기한 후로는 배달을 한다.

배달은 하루에 40건 안팎으로 하고, 하루 수입은 보통 12~13만원대다.

기름값, 보험료 빼면 10~11만원 정도 번다고 보면 된다.

 

 

배달을 하는 다른 사람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나는 배달을 할때도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인사도 그렇고, 요구사항도 놓치지 않고 다 캐치하려고 노력한다. 

어떤 길을 가야 빨리 갈 수 있을지도 생각하고, 상점에 들어갈 때, 나올 때, 어떻게 행동할지도 생각한다.

아파트 단지내에서 경비원아저씨들을 마주칠 때도 인사한다. 

고객님들한테도 되도록 밝은 목소리로 좋은 에너지를 전달할 수 있도록 한다. 

문자를 달라는 고객님들에게도 되도록이면 복붙보다는 조금이라도 그 고객에게 맞는 문자를 보내려고 한다.

예를들어 문앞에 배달두고 갑니다 보다는, 문앞에 떡볶이 두고 갑니다 라는 식이다.

 

 

배달을 전업으로 하는 사람이 이렇게 하는건 바보같은 짓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 시간에 콜 하나 더 잡으면 그게 다 돈인데, 뭐하러 문자를 복붙 안하고 일일이 치고 있냐..고 생각할 수 있고,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이건 바보같은 짓 맞다. 

그래서 요즘에는 일일이 다 치지는 않고, 자동완성기능을 이용하긴 한다 ㅎㅎㅎ

그래도 이렇게 접근하는 건 의미는 있다. 고객에게 그 사람을 신경쓰고 있다는 사실을 넌지시 어필할 수 있으니까.

그런 어필 해서 뭐하냐 생각할 수 있지만, 이런 어필을 하는 연습을 해 본 사람과 아닌 사람은 차이가 난다

그리고 사소한 차이가 쌓여서 큰 차이가 된다

 

 

서론이 너무 길었다..

 

 

오늘 할 얘기는 매사에 최선을 다하는 방법이다.

몸이 너무너무 피곤하면 마주하고 있는 상대방에게 소홀해지기 마련이다.

내 경우 일을 마치고 왔을때 컨디션이 너무 안 좋으면 여자친구에게 소홀해졌다.

아무리 사랑하는 사이라도 당장 내가 컨디션이 최악이면 상대방에게 틱틱거리게 된다.

그런 부분을 상대방이 이해해주면 정말 고맙지만, 이런 부분은 이해를 바라서는 안 된다. 

분명히 내가 컨트롤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그 방법이 뭐냐? 

 

 

휴식이다. 

 

하루에 짬 날때 잠깐 눈을 붙이는 것, 

하루를 마무리할 때 쯤 조금이라도 스트레칭을 해 주는것,

한 주에 하루 정도는 신체를 느긋하게 풀어주는 것,

한 주에 서너번 정도는 간단하게라도 운동을 해 주는것, 

 

 

 

엄청 사소해보이지만 사실 이조차도 안 하는 사람이 많다(고 생각한다)

일을 하다보면 일을 진행하고 싶은 마음에, 마무리하고 싶은 마음에, 몰두하게 된다.

이러면 신체는 일을 하는 부위가 과부하가 걸리게 되는데, 이런 부분을 안 풀어주고 내버려두면 상황이 안 좋아진다.

극단적인 예시긴 해도 일 많이 해서 허리가 굽어서 안 펴지는 할머니들이 계신다.

당장 나만 해도 열흘 정도 쉬지않고 일하면 헬멧이 너무너무 무거워진다.

승모근이 뭉치고 눈이 흐려진다. 나이 드니 그런 현상에 더 민감해지는것 같다.

 

 

물론 "이겨내라"고 할수도 있다. 

당장 2주안에 끝내야 하는 프로젝트가 있다면 밤을 새고 커피로 링겔을 꽂더라도 해 내야하는건 맞는데, 그런게 아니라면 인생 전체를 그렇게 짧은 기간에 스퍼트 내겠다고 마음먹으면 골로 간다. 

내가 망가지면 이미 주위 사람들과의 관계는 다 망가져있다. 

 

 

적당한 휴식은 매사에 최선을 다하는 방법이다. 

휴식하는 것도 연습이 필요한데, 보통 내가 휴식하면 뭔가 죄짓는것 같은 기분이 들 수 있다.

그럴때마다 생각을 바꿔야 한다. 

"나는 로봇이 아니다, 내 체력과 멘탈을 최상의 컨디션으로 유지하기 위해서 이 휴식시간은 반드시 필요하다."

여자친구에게 미안할 때가 있다.

배달을 마치고 오면 대개 컨디션이 저하된 상태기 때문에 여자친구의 이야기를 듣다가도 눈이 감겨버릴때가 있다.

앞으로 일을 좀 더 영리하게 수행하면서 에너지를 아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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