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하면서 성격버리는 사람들이 많다던데, 나는 반대라고 생각한다.
화날 만한 상황들에 적절하게 대처하는 연습을 하면서 정신을 수양하겠다고 마음먹으면 배달만큼 좋은일은 없다.
5개월 정도 배달한 것 같은데, 그 사이 있었던 기억나는 화날 만한 상황은 다음과 같다.
까탈리나 임신부 :
음식을 바닥에 놓고 카드결제했다고 봉지에 먼지 묻는데 그렇게 하면 어떡하냐, 그런식으로 배달하냐... 등등 ㅎ
보통 카드결제하면 음식을 주고 카드를 받는데, 카드를 안 갖고 나오셔서 다시 들어갔다 나오시는 동안 내려놨더니 별 소릴 다 하더라. 순간 빡 돌았는데 이성 잘 잡았던 기억. 한 사흘은 머리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 임신해서 민감한가보다.. 라고 생각하고 넘어감
상점에서 독촉전화 온 것 :
오전시간에 안 바쁜 시간대인데 왜 아직 도착을 안했냐고 전화가 왔는데. 내가 픽업한지 10분 조금 넘은 상태였다.
죄송하다 말하는중에 사고날뻔했던 기억.
- 사고날뻔한 상황을 상점도 통화로 바로 들었기 때문에 추후 컴플레인은 없었다. 배달완료하고 전화해서 늦게 가서 미안하다라고 얘기했다. 날 걱정해주진 않더라 ㅎ (그후로 이 상점은 거의 안 잡음)
갓길정차 차량 사이에서 학생들이 튀어나오는 것 :
갓길 정차차량이 많을 경우에는 되도록 주행속도를 낮춘다. 30km/h 정도 혹은 그 이하로.
이 속도 아니었으면 사고났을 기억. 사고안난걸 다행으로 생각하고 패스
미숙운전 :
뒤에서 보고 있으면 답답하고 화 나긴 하는데, 운전자는 얼마나 마음고생을 하고 있을까 생각하면서 이해함
위협운전, 과속 :
똥마려워서 저렇게 운전하나보다 라고 생각하면서 패스
욕 :
미안하다고 대답하고 패스
화는 잘 컨트롤 된 상태로 스스로에게 낼 때만 유용하다고 생각한다.
상대방의 태도나 상황의 변화가 있을때마다 화를 내는 건 무의미하다.
해결도 안 될 뿐더러 상황을 더 악화시키기도 한다.
화는 참거나 삭히는게 아니라 그냥 패스하는게 맞다.
패스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내가 지금 화 나는 이유가 뭘까를 생각해보고 그냥 인정해버리면 된다.
사안에 따라서 사흘이 걸릴수도 있지만, 30초도 안 걸릴수도 있다.
그리고는 그냥 하던 일에 집중하면 된다.
(정 안되면 헬멧쓰고 욕 한번 시원하게 하고 넘기면 되고.)
화가 난다는 건, 내 마음대로 안 된다는 증거다.
근데 나 외에 다른 사람이나 상황은 원래 내 마음대로 안 되는게 정상이다.
그러면 맨날 화가 나는게 정상이라는 말인데, 그렇게 사는건 파탄으로 가는 길이다.
"원래 내 마음대로 안 된다"는 걸 가장 기본으로 깔아줘야 모든게 이해된다.
"내 마음대로 좀 해줬으면 하는 사람"에게는 화를 내기가 쉽다.
가까운 관계일수록 화를 내기 쉽다.
먼 관계에서부터 화내지 않는 연습을 쭉 이어가야, 가까운관계에서도 실수를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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